<슬로라이프를 위한 슬로플랜>을 읽고 Book World

쓰지 신이치 선생이 쓴 <슬로라이프를 위한 슬로플랜>을 읽었다. 
시사잡지 시사인에서 기사를 보다가 그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나무늘보클럽(The Sloth Club)'의 대표로 있으면서 슬로라이프를 되찾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천천히 살아도 괜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사는 것이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중 인상깊은 몇 부분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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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를 무대로 한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영화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혼자 여행중인 중년 여성과, 이국땅에 혼자서 식당을 차린 여주인의 대화다.

중년여성 : 아, 정말 좋겠어요. 당신은 하고 싶은 일만 줄곧 하고 있으니......
여주인 : 에이, 전 하기 싫은 일을 안 하고 있을 뿐인데요, 뭘.

우리는 곧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의외로 상당히 힘들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무엇이 '하고 싶은 일'인가를 생각해내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식으로 소거법을 적용한 삶의 방식도 있다.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에게는 '하지 않을 일' 리스트가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일 리스트'라고 한다면, 이 또한 분명 행복의 한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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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남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6월 차기 대선 예비선거운동중에 암살된 인물로, 암살되기까지 약 2개월여 동안 연설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사회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였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GNP(국민총생산)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NP는 무엇을 반영하는 걸까요? 놀랍게도, 우리가 부의 기준이라고 하는 GNP 속에는 담배와 술, 마약, 이혼, 교통사고, 범죄, 환경오명, 환경파괴와 관계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에 사용된 네이팜탄도, 핵탄두도, 경찰의 장갑차와 라이플도, 총과 칼도, 어린이들에게 비슷한 장난감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폭력 예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광고까지 GNP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케네디는 이어서, GNP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의 리스트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 같은 것을 GNP로 측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마을의 아름다움도, 시민들의 지혜도, 용기도, 성실함도, 자비로움도.."

그러고 나서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요컨대, 한 나라의 풍요도를 재야 할 GNP에는, 우리가 삶의 보람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쏙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쓸데없는 것'이란 바로 'GNP에 계산되지 않은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가령 당신이 '쓸데없는 일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고자 할 때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족의 단란함이나, 이웃과 친구와의 모임, 화장실이나 욕조나 식탁에서 근심 걱정을 모두 잊고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 길가에 핀 들꽃에 이르기까지 일견 아무런 득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것에야말로, 삶의 보람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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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하지 않을 일'을 실천하는 것이 꽤 귀찮고 번거롭게 보이지 않는가? 한 가지 '하지 않을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할 일'을 공들여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요한 것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절대"라고 말해놓고 사정이 생겨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 의기소침해져서 "역시 나에겐 무리야"라고 자신을 책망하거나,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친환경? 그런 건 원래부터 관심 없었잖아"라는 식으로 말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일회용품 사지 않기.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를 거절하기. 이런 것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단히 결심하기보다는 조금식 천천히 해보자. 무엇이든 '하지 않을 일'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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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할 일'의 제왕은 단연 '생산하는 일'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산한 물건은 소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소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물건을 샀다면 이제 그것을 둘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을 손에 넣기 위해서 또다시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버는가? 일의 대부분은 바로 '생산'과 관련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일해서 생산한 물건은 누군가가 사주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우리 모두 '생산'이라는 제왕의 노예인 셈이다. 
  이렇듯 생산이라는 제왕의 독재하에서 자신을 해방시키지 않는 이상, 우리의 자유는 날이 갈수록 제약될 수밖에 없다. "혹시 당신은 현대 사회 시스템에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 것인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전체 시스템을 한 번에 뒤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이미 '할 일 리스트' 때문에 다른 일에 눈 돌릴 틈도 없는 사람에게 '하지 않을 일 리스트 만들기'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바심 내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건을 사지 않는 일 또한 과잉생산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유효한 저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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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니'의 사고방식을 '그냥 대충 사는 삶'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그저 편하게 살기 위해 만드는 리스트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일본에서 '즐거운 삶'과 '편한 삶'이 동일시되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요 수십 년 사이에 이를 혼동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진 것 같다. 
  사실 편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꾸로 편리함 때문에 몸이 편해져 원래 누릴 수 있었던 쾌락이 없어지거나,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GNP를 유머러스하게 바꾸어 GNH(국민총행복)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부탄은, 편리한 것이 모두 갖춰진 도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오히려 높다.
  물론 불편한 것이 언제나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즐거운 불편'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식으로, 편리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편리함을 결코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편리함의 이면에 때때로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라는 이름하에 타인을 불편하게 하거나, 후손들이 살아갈 토대마저 파엎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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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하지 않기'라고 말한 가마타 자신도 사실은 젊은 시절 매일같이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결과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사회나 조직과 같은 현상이 개인에게도 그대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 열심히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센 척'하는 것이다. 사회가 되었건, 조직이 되었건, 개인이건 간에 매한가지다.
  그러고 보니 "포기하지 않기"라는 말에 대해 유명한 각본가 야마다 다이치가 한 말이 생각난다. 
  "'포기하지 말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런 식의 말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환상을 심어줄 뿐이다."

  우리 인간은 수많은 한계를 갖고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뜻대로 순조롭게 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한 상태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좌절감만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저는 한 무리의 성공자가 "열심히 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합니다.
  -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 닛케이 비지니스 어소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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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행복 추구⌟라는 책을 쓴 독일의 사회학자 플로리안 크루마스는 "행복이 추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근대 사회의 한 특징으로 든다. 
크루마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추구해야 할 것으로서의 행복'이라는 사상은, 구미는 물론 현대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다. 일본에서도 '행복'이란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 필요하다면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는 미국식 사고방식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거기에는 적극적인 행동 없이 '행복'이란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어떤 상태에 머물면서 만족하는 것이나 굳이 행복이라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소극적인 태도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걸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좀처럼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행복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렇게 '행복 추구의 권리'는 어느샌가 일종의 의무로 바뀌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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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내용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모르던 사실을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 

시사인 기사에 나와있던 내용으로 후기를 마친다.
- 쉽게 바뀌지 않는 세상을 보며 낙담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바꾼다"

덧글

  • 세진 2014/02/10 12:35 # 답글

    저 작년 수능 전날에 이 책을 읽었어요!ㅋㅋㅋ
    이 책이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 덕분에 위안도 되고 현명해졌어요!
  • neo01 2014/02/10 21:26 #

    ㅋㅋ 수능전날!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그리고 강심장! ㅋ
    여러 좋은 책들이 보여주는 다른 삶의 얘기들이 정말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죠..
    세진님 블로그 잠시 보니까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던데 자주 놀러갈게요~
  • 세진 2014/02/11 11:16 #

    ㅋㅋㅋㅋ왜 강심장이예요ㅠㅠㅠㅋㅋㅋㅋ
    책리뷰는 올린지 얼마 안됐는데 앞으로 자주 올릴게요!! 자주놀러오셔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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